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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을 빛낸 문학인

이달을 빛낸 문학인(6월) 표지

내부필진

6월

이달을 빛낸 문학인(6월)

  • 이름

    이상화(李相和)
  • 출생

    1901년, 대구
  • 사망

    1943년
  • 주요 작품

    「나의 침실로」(1923),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 등
  • 작가 소개

    한국 근대시 형성에 기여한 민족 저항시인.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며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였으며,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 창립 발기인으로 프로문학 운동에 참여하면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하고 식민지 현실과 민족의식을 형상화하였다. 현실 인식과 서정성을 결합한 대표 한국 근대 시인으로 평가된다.
  • 이름

    이장희(李章熙)
  • 출생

    1900년, 대구
  • 사망

    1929년
  • 주요 작품

    「봄은 고양이로다」(1924), 「동경」(1924) 등
  • 작가 소개

    192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금성』 동인으로 활동하며 섬세한 감각과 우울한 서정을 담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대표작 「봄은 고양이로다」에서는 색채와 향기,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한국 근대시의 모더니즘적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 이름

    현진건(玄鎭健)
  • 출생

    1900년, 대구
  • 사망

    1943년
  • 주요 작품

    「술 권하는 사회」(1921), 「운수 좋은 날」(1924) 등
  • 작가 소개

    한국 근대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백조』 동인과 언론 활동을 통해 문단에서 활약하였으며,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등을 통해 식민시기 서민들의 삶과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한국 근대 소설의 발전에 기여한 작가로 평가된다.

소개

어둠을 몰아내는 불빛, 이상화·이장희·현진건

 

 

전시운영부 최슬기 주임연구원

 

 

『개벽』 70호 표지 및 목차,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항시를 떠올릴 때 맨 앞자리에 놓이는 작품 가운데 하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오늘로부터 꼭 백 년 전인 1926년 6월, 『개벽』 70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작품에서 일제 치하의 조국을 의미하는 ‘빼앗긴 들’은 이상화의 고향 대구를 그 배경으로 한다. 지역의 풍경에서 출발한 한 편의 시는 그렇게 식민지기 조선의 현실을 대표하는 민족시로 확장되었다.

 

거화 동인 사진(오른쪽 상단 이상화, 오른쪽 하단 현진건, 왼쪽 하단 백기만), 대구문학관 제공

 

거화 동인들, 불을 들어 뜻을 밝히다

대구의 근대문학은 이처럼 ‘빼앗긴 들’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그 출발점에는 1917년 대구고보 학생들이 만든 프린트판 동인지 『거화』가 있다. 현진건, 이상화, 백기만 등이 참여한 『거화』는 지금 실물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대구 근대문학의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동인지로 논의된다. 횃불을 뜻하는‘거화(炬火)’, 그 이름처럼 시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청춘들이 들었던 문학의 횃불은 이후 한국 근대문학의 빛이 되었다. 거화 동인들은 1920년대 동인지 문단의 흐름을 주도하며 한국 근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상화와 현진건은 문예지 『백조』 동인으로, 백기만은 대구 출신의 이장희와 함께 시 전문지 『금성』 동인으로 활동했다.

 

조선의 심장이 고동하는 소리, 현진건의 소설

현진건은 사실주의 소설을 통해 식민지기 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였다. 그는 기자로도 활동했는데, 동아일보 사회부장 재직 당시에는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을 계기로 1년간 옥살이를 치르기도 했다.

 

“조선문학인 다음에야 조선의 땅을 든든히 디디고 서야 될 줄 안다. 현대문학인 다음에야 현대의 정신을 힘있게 호흡해야 될 줄 안다. … 오즉 조선혼과 현대정신의 파악! 이것이야말로 다른 아모의 것도 아닌 우리 문학의 생명이요, 특색일 것이다. … 차근차근하게 제 주위를 관조하고 고요하게 제 심장의 고동하는 소리를 들을 제 이것이야말로 우리 문학의 운명인 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현진건, 「조선혼과 현대정신의 파악」, 『개벽』 제65호, 1926.1.

 

사회 현실을 일선에서 마주했던 경험을 통해 현진건은 “제 주위”의, “제 심장”의, “고동하는 소리를” 듣는 것을 문학의 사명으로 여겼다. 대표작인 「술 권하는 사회」와 「운수 좋은 날」 역시 식민지기 가난과 사회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근대 사실주의 소설의 정전으로 손꼽힌다.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조선의 삶과 감각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근대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그의 문제의식은 당시 문인들이 공유했던 인식과도 궤를 같이 했다.

 

일상에서 새로운 미의 추구, 이상화의 시

현진건을 통해 『백조』 동인으로 함께했던 이상화는 「나의 침실로」와 같은 작품을 통해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초기 시 세계를 구축했으나, 점차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시 속에 담아냈다. 그 정점에 놓인 작품이 바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다. 이상화는 항일 운동 뿐 아니라 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창립발기인으로 활동하면서 사회 참여 문학에 전념했다. 중요한 것은 이상화의 저항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미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사람으로써의 생활을 추구적으로 순정적으로 지표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파지자(把持者) - 의식 있는 그 작가의 반드시 가지게 되는 태도일 것이다.”

- 이상화, 「문예의 시대적 변위와 작가의 의식적 태도론」, 『문예운동』 창간호, 1926.1.

 

그는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미”를 찾는 것이 “의식 있는 그 작가”라면 “반드시 가지게 되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상화는 ‘시다움’을 강조했다. 현실의 정치적 문제와 직접 대결하면서도 예술은 일상의 정서를 바탕으로 해야 그 생명이 지속된다는 신념을 가졌던 것이다. ‘침실’에서 ‘들’로, 개인에서 민족으로 이동한 그의 작품 세계는 여전히 격렬했지만 일상과 서정성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걷던 두 사람은 1943년 4월 25일, 광복을 앞두고 한날한시에 작고한다.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한 시 인식의 전환, 이장희의 시

한편, 백기만을 통해 『금성』 동인으로 활동한 이장희는 「봄은 고양이로다」, 「동경」, 「하일소경」 등 감각적이고 섬세한 시 세계를 보여주며 한국 근대문학의 또 다른 정점을 이루었다. 특히 「봄은 고양이로다」는 고양이의 신체적 특징에 빗대어 시각과 촉각을 바탕으로 봄의 생동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근대적 서정시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 역시 근대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씨뿌린 사람들』 표지 및 목차,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상화와 고월』 표지,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새벽의 빛』 간지,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다시 밝히는 불빛

훗날 같은 거화 동인이었던 백기만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며 현진건, 이상화, 이장희를 비롯한 대구 경북의 작고 예술가 평전, 『씨뿌린 사람들』과 이상화와 이장희의 호를 따 그들의 작품을 엮은 유고시집, 『상화와 고월』을 펴낸다. 백기만은 16편의 시를 엮은 상화 시집의 제목을 ‘새벽의 빛’으로 지었다. 『거화』로부터 시작된 대구 근대문학계의 열망은 현진건의 사실주의 소설로, 이상화의 저항시로, 이장희의 감각적 서정시로 이어졌다. 그리고 백기만을 통해 그들은 다시금 기억된다. 백여 년 전 지역의 젊은 문인들이 꿈꾸었던 문학은 그렇게 한 세기를 지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불 밝히고 있다.

 

 

[참고자료]

백기만, 『씨뿌린 사람들』, 사조사, 1959.

백기만, 『상화와 고월』, 청구출판사, 1951.

대구광역시, 『대구예술 시간여행: 문학』, 대구광역시, 2021.

대구문학사 편찬위원회, 『대구문학사』, 대구문인협회, 2020.

박용찬, 「1920년대 시와 매개자적 통로: 백기만론」, 『어문학』제94집,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