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 세계의 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교류협력부 구미화
세계 13개국 시인과 번역가, 국내 문인 300여 명이 함께하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가 10월 29일, 건국대 새천년관 우곡국제회의장에서 열렸습니다.
국내외 시인들이 행사 현장 또는 온라인으로 시를 낭송하고, 번역가들이 자신이 번역한 시들을 소개하는 이번 행사는 한국시인협회에서 주관했습니다. 한국시인협회에서는 해마다 11월 1일이면 ‘시의 날’을 맞아 국내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치러왔습니다. 올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높아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한국문학을 세계에 더 많이 알릴 목적으로 국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이전에 한국과 프랑스, 한국과 중국 시인들이 교류하는 행사를 연 적은 있지만 ‘세계 시 엑스포’라는 주제로 13개국의 시인들을 초청한 행사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개막식, 건국대 새천년관 우곡국제회의장
개막식에는 국내 시인과 번역가, 문학단체장,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시인들을 포함해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장으로 단상에 선 허영자 시인은 “인류는 오래 전부터 시를 지어왔고 시는 구원의 길, 상처 치유의 약, 외로움의 동무, 새로운 인식의 터전이 되어 왔다. 그러나 물량과 권력 지향의 시대에, 이념과 종교 간 갈등에, 기후위기에, AI가 발전하는 시대에 시와 시인의 존재 이유가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행사를 통해 이 난제들을 깊이 고민하고 시의 영성을 발휘해달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개회사를 하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조직위원장 허영자 시인
뒤이어 대회사에 나선 한국시인협회장 김수복 시인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다가오지만 시는 세계와 만물과 미래의 근원인 침묵에서 솟아올라 존재를 밝히는 빛”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불확정성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미래를 밝히는 길을 안내하는 시를 통해 전쟁과 모든 고통이 평화와 기쁨으로 승화되기를 노래하자”고 전했습니다.

대회사를 하는 한국시인협회 김수복 회장
행사의 집행위원장인 신달자 시인 역시 환영사를 통해 “문학에는 내면의 상처와 환희를 풀어내는 자연 치유의 개선이 있다. 시가 공감의 생명력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이번 행사를 통해 시가 인간의 행복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되고 한국을 시의 나라로 기억하는 울림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환영사를 하는 <서울, 세계 시 엑스포> 집행위원장 신달자 시인
축사에 나선 국립한국문학관의 문정희 관장은 이번 축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한국 최초로 건립되는 국립문학관이 2027년에 개관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그동안 유럽과 남미에서 온 유수한 축제의 초청장을 받고도 전쟁과 전염병으로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자리를 함께한 국내외 시인들에게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넨 문정희 관장은 “오늘 장미의 신발을 신고 온 아름다운 시인이여, 비둘기의 신발을 신고 온 그리운 시인이여”라는 시적인 인사와 함께 모든 이들이 축제를 맘껏 즐기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습니다.


축사를 하는 국립한국문학관 문정희 관장
행사장에는 박정자, 박지일 배우가 초대돼 시를 낭송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일 배우는 “이렇게 많은 시인들을 한자리에서 보긴 처음”이라며 소감을 전했고 박정자 배우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지일 배우는 괴테의 『파우스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시인에 대한 인용구를 전했고 박정자 배우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노래했습니다. 또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차례로 낭송했습니다.

‘시와 시인’을 주제로 시 낭송과 공연을 선보인 박지일 배우, 박정자 배우(왼쪽부터)
뒤이어 축하공연과 함께 개막식은 마무리됐습니다. 개막식에 이어 《서울, 세계 시 엑스포 2025》 행사는 11월 1일(토)까지 시인들의 시 낭송, 경복궁을 돌아보는 서울 문학기행, 시의 날 기념식으로 진행됩니다. 올해는 행사장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어 일반 시민은 사전 신청을 한 경우에만 참석이 가능했는데요. 앞으로 보다 많은 국내외 사람들이 시를 만나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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