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멋짐'이 된 시대, 서울국제도서전이 던진 질문
독서가 '멋짐'이 된 시대, 서울국제도서전이 던진 질문
교류협력부 구미화
2025년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하나로 '텍스트힙(Text Hip)'이 있습니다. 독서를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현상을 실감했던 곳은 지난해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었습니다. 넓은 전시장 곳곳을 채운 책과 굿즈, 그리고 그보다 더 많았던 사람들. 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은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텍스트힙 열기는 계속됐습니다.
작년보다 세 배 이상 사람들이 몰린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 첫날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작년에 이어 시작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습니다. 얼리버드 티켓 예매 때마다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고, 대기 중 매진되는 일도 반복됐습니다. 개막일에는 이른바 '오픈런'을 하려는 관람객들이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습니다.

특색있는 큐레이션, 올해도 이어진 굿즈 열풍
30여 분을 기다려 입장한 행사장 안에는 131개 출판 부스들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부스마다 입장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대형 출판사 부스는 더욱 붐볐습니다. 출판 부스마다 개성 있는 큐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수집', '위로', '꿈', '청춘', '슬픔', '상실' 등 다양한 주제어에 맞춰 직원들이 직접 책을 추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을 기념한 민음사 부스 역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습니다. 세계문학전집뿐 아니라 '오늘의 젊은 작가'를 주제로 한 큐레이션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창비는 최근 출간된 천명관의 『아코디언』, 작년부터 인기몰이를 한 성해나의 『혼모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또 "나는 이 책을 읽고 창비에 입사했다"를 주제로 직원들의 입사 계기가 된 책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림책 전문 출판사 보림은 셰프 복장을 한 직원들이 디저트 모형과 커트러리를 활용해 책을 소개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주빈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 등 해외 출판사 부스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부스를 마련한 소규모 출판사 외에도 독립출판사들은 '책마을'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 |
![]() |
![]() |
올해 도서전에서도 굿즈 열풍은 여전했습니다. 인형, 스티커, 엽서, 책을 모티프로 한 향수와 바디 제품, 화장품, 의류까지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관람객들은 굿즈를 구경하고 구매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책 문화를 즐겼습니다.
![]() |
![]() |
![]() |
새로운 책을 알게 한 전시, 질문을 던지는 체험
주최 측이 마련한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전시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가장 즐거운 책', '가장 재미있는 책', '가장 지혜로운 책'들은 책이라는 물성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전시 공간 |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중 하나로 선정된 《제국의 어린이들》 |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하나로 선정된 《민씨댁 불가마전》 |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질문하는 인간, 호모 두두리'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관람객이 직접 질문을 남기는 체험형 공간도 있었습니다. "언제가 되면 걱정이 없어질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행복을 만드는 기준은 무엇일까?", "삶을 어떻게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등 관람객들이 직접 남긴 질문들이 책갈피처럼 전시돼 많은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텍스트힙, 그리고 독서의 미래에 던지는 질문
지난 1월 한 마케팅 리서치업체가 전국 10대부터 60대까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텍스트힙 트렌드, 종이책 구매 및 경험 소비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납니다.
도서전이나 북페어에서 가장 많이 지출한 항목으로 책을 꼽은 비율은 40대가 가장 높았고 굿즈 구매 비율이나 북카페 방문 시 사진 촬영을 즐기는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았습니다. 결과를 보면 20대에게 텍스트힙이 굿즈와 인증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라면 40대 이상에게는 실제 책 구매와 독서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분명 책을 둘러싼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도서전이 책보다 굿즈와 이벤트 중심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또 경험 중심 소비를 즐기는 젊은 세대와 실제 출판시장을 지탱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독서가 '멋짐'이 된 시대,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열기만큼이나 여러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자료 인용: <텍스트힙 트렌드, 종이책 구매 & 경험 소비 실태 설문조사> (조사업체: 픽플리)
다음글 게시글이 없습니다.